우병출 Woo Byung Chul
붓질의 파편과 본다는 것의 의미
우병출의 그림들은 인식으로써 ‘알다’와 일맥상통한다. 안다는 것은 사물의 속성을 파악한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치를 제대로 깨닫는 것과 맥락이 같다. 하지만 외형과 내면의 상은 다르며, 생물학적 시각과 마음의 시각은 천지차이이다. 형태, 색깔, 모양마저 동일하지 않기 일쑤다. 그렇기에 눈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 다 볼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본다고 해서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다.

우병출의 작업은 그 관계를 관통한다. 현실의 세계가 드리워지는 무대이자, 가시적 환기를 뛰어 넘는 공감각적인 상황을 촉발하는 사이를 지난다는 것이다. 물론 언뜻 보면 흔한 풍경에 그친다. 허나 마음을 비우면 감각과 사고의 대상은 사라지고, 그때에 이를 경우 모든 대상은 실제 하지 않게 되며 또 다른 시각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여기서 비로소 시각의 한계가 나타난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과 깨달음은 서로 같은 듯 다름을 말이다.
이처럼 우병출의 작업에서 본다는 것은 행위의 종착지이면서 사실 종착지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현재까지 혹은 앞으로도 지속됨을 담보한다.

대상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 가는 것, 자신 또한 자신에 의해 규정된 수많은 타자들 중의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다시 말해 망막에 비치는 모든 것이면서 ‘어떠한 사실에 대해 의식이나 감각으로 깨닫거나 느끼다’는 의미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