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ENUOUS GENIUS
오세열OH SE YEOL
20.10.07. - 20.11.13.

갤러리조은이 2016년 개관 이래 자리했던 유엔빌리지길을 떠나 한강진역과 맞닿은 이태원로에 새 둥지를 튼다. 갤러리 이전 기념으로 개최되는 오세열 특별전(展) ‘Ingenuous genius’ 전시에는 신작 17점과 구작 4점, 총 2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바지우 갤러리(Gallery Vazieux)에서 개최되고 있는 오세열 초대전과 동시에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지우 갤러리는 프랑스 미술계에서 아시아 추상 미술을 선도적으로 알려온 곳이다.



순수함과 묵직함의 만남, 그 어드메에서의 ‘기억’

오세열 작가의 작품은 유년 시절의 그림일기나 칠판낙서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밀도 있는 작품 안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함은 ‘아이 같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나 아이의 낙서 같은 선 뒤에 펼쳐진 단색 배경에는 세월의 흔적을 품은 지층처럼 층층이 쌓인 묵직함이 존재한다.

오세열 작가의 독특한 마티에르는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정체성이다. 아사천 위에 끊임없이 덧칠하고 긁어낸 물감들은 하나의 색이지만 하나의 색이 아니다. 반복된 덧칠과 긁어냄의 작업으로 생성된 색깔들은 캔버스 위에서 일렁이며 다채로운 너울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색도 닳고 헤졌다가 어느 순간 빼꼼하니 선명하게 다가온다. 한 번의 덧칠과 한 번의 긁음마다 제 본연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색감들은 마법처럼 관객을 기억의 어딘가로 인도한다. 작가의 반복적인 작업이 본인의 내면을 성찰하는 작업이었듯, 그의 작업에서 비롯된 색의 물결은 보는 이의 내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순수함을 응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자칫 한없이 무거워질 법한 시선을 반전시키는 건 어딘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오브제들이다. 생생한 색깔의 아기자기한 오브제들의 등장은 마치 “어이, 거기 어른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구!”라고 말하는 듯 캔버스 위에 앙증맞게 자리하여, 겹겹이 쌓인 삶의 층위 속 사라진 어린아이의 시선을 끄집어낸다. 그의 작품과 마주했을 때 한순간 묵직하다가도 아련한 그리움에 애틋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자유로움과 천재적 순수성

오세열 작가의 빛바랜듯한 캔버스는 마치 시골 분교 속 낡은 칠판 같다. 오래된 기억처럼 닳은 듯한 화면에 낙서인 것 마냥 자유로이 펼쳐진 선, 숫자, 꽃, 사람, 의미 없는 듯한 단어들은 기교도 없고 꾸밈도 없지만, 담백하고 진솔하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삶이란 목적을 모른 채 반복되는 숫자와도 같고 기억이란 그 위에 쨍하니 등장하는 꽃 한 송이와 같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오롯하게 피어난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을 진솔하게 마주하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그렇게 지나간 기억과 마주하는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표정을 찾는 것도, 바라보는 곳을 찾는 것도 온전히 관객에게 맡겼다. 열린 결말을 선물하는 극작가처럼 오세열은 관객들에게 열린 감상을 허용한다.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유롭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관통한다. 그의 작품이 국내외 일반 대중부터 평단까지 두루 사랑받는 것은 캔버스에 온전히 놓인 이런 천재적인 순수성 때문일 것이다.



갤러리조은 서인애 큐레이터는 “이번에 이전한 한강진역은 이태원의 자유분방함부터 리움미술관의 정결함까지 넓은 문화의 층위를 포용하는 지역이다. 오세열 작가의 작품은 지극히 자유로우면서도 그 순수함으로 내면의 정결함을 응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새로 옮긴 장소와 더없이 어울리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10월 7일(수)부터 11월 13(금)일까지 열리는 ‘Ingenuous genius’(展) 에서 관람객 모두 풍요로운 사색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관람객들의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해 전시장 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 및 비치된 손 소독제 활용을 적극 권하며 전시장 방문이 어려운 국내외의 고객들을 위해 ARTSY, 카카오톡 채널,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온라인 뷰잉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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