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윤 Yoon Sang-Yoon
유진상 평론글 中
윤상윤은 원래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그의 그림은 정교하고 사실적이어서 그러한 회화적 기술은 복잡하고 상징적인 서사를 전달하는데 있어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예컨대 2011년 작 와 같은 작품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는 인물들 한 가운데 확성기를 들고 뭔가를 떠드는 인물이 그려져 있는데, 제목으로 보아 그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회화는 이러한 부조리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매체로 사용되었으며 종종 화면의 채도는 낮게 유지되었다.

2016년부터 윤상윤은 왼손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없는 팔과 손을 사용함으로써 그는 스스로에게 핸디캡을 부여한 것이다. 이 경우 나타나는 문제는 먼저 세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붓의 움직임이나 필선 자체가 전혀 다른 사람의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장시간의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페인팅 터치가 빠르고 단순해진다는 점도 있다. 반면 장점은 기존의 회화적 기술에 의존할 수 없게 되면서 회화의 핵심적 가치인 물성과 자발성, 그리고 보다 축약된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윤상윤은 오른손과 왼손의 회화라는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유지해 왔으며 마치 자신 안에 두 명의 화가가 살고 있는 것처럼 두 개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왼손의 회화가 보다 간결해지고 붓의 스트로크가 강조되면서 화면을 지배하는 색채 역시 채도와 밝기, 팔레트의 범위에 있어 훨씬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발산하게 되었다. 다소 초현실적인 주제와 더불어 건축적인 구성을 추구하는 오른손 회화와 달리, 왼손 회화에서는 비밀스런 짧은 제목과 더불어 우연히 순간적으로 포착한 캔디드 사진의 한 장면 같은 인물들의 모습이 주로 그려지고 있다. 즉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그에 대해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기억의 착란, 왜곡, 망상, 흐릿함 등이 간결하고 압축된 회화적 기록으로 가시화되는 것이다.
유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