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

성연화 개인전 'Flow' 포스터. 출처 갤러리 조은
성연화 개인전 "Flow" 포스터. 출처 갤러리 조은

갤러리 조은은 12월 19일부터 2024년 1월 20일까지 성연화의 개인전 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2022년 갤러리 다선에서 열린 <평온 : 조용하고 평안함> 이후에 약 1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하나의 층에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주요 연작은 'Flow', 'Serenity', 'Identity', 'A piece of the MInd' 이렇게 총 4개 시리즈 약 60여 점의 최신작들이 선보인다.

성연화(b. 1986) 작가는 2019년 대구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고, 한지와 서예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작가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후 4년간은 동양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전시 포함 총 9번의 개인전에 초대되었고, 해외 아트페어를 휩쓸고 개인전 완판을 하면서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진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도에는 제42회 한국서화협회 PCAF 캘리그래피부문, 서예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Serenity 23-100-033, 90.9x72.7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 조은
Serenity 23-100-033, 90.9x72.7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 조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된 재료가 한지라는 점에서 동양화임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의 표현기법인 마티에르가 매우 강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갤러리 조은에서는 성연화 작가의 작품 만드는 과정을 영상물로 볼 수 있다. 거친 수제 한지를 돌로 문질러 질감을 만들고 향을 이용해 직사각형으로 한지를 조각내어 태운 뒤 한지 캔버스 위에 올린다. 전통 채색 기법으로 색의 농도를 조절하여 겹겹이 안료를 쌓아 올려 마티에르 기법의 가장 큰 특징인 입체감 있는 작품이 완성이 된다. 

 

Flow 23-100-011, 90.9 x 65.1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 조은 
Flow 23-100-011, 90.9 x 65.1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조은 
Flow 23-100-007, 45.5 x 33.4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 조은
Flow 23-100-007, 45.5 x 33.4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 출처 갤러리 조은

갤러리에 들어서면, 본 전시의 제목이자 대표작인 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파란색과 초록색의 하나의 색깔로 수평선처럼 표현되었다. 우선 파란색으로 표현된 작품을 실제로 보면, 하늘과 바다를 한 화면에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파도의 물결이나 거품처럼 보인다. 특히 한 단계씩 파란색의 깊이를 더해가는 그라데이션은 밝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초록색으로 표현된 작품은 울창한 숲속 같다는 느낌을 받는 반면에 한 장의 초록색 식물 잎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하나의 생명의 탄생 혹은 서서히 수풀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연상케한다. 전반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색의 깊이, 색을 통한 공간감 그리고 나누어진 선들이 핵심요소로 드러나고 그라데이션의 향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A Piece of the Mind 23-000-001, 23-000-002, 23-000-003, 27.3 x 22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출처 갤러리 조은
A Piece of the Mind 23-000-001, 23-000-002, 23-000-003, 27.3 x 22cm,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023출처 갤러리 조은


다른 연작인 'A Piece of the Mind(마음의 조각)'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선과 면의 형태로 표현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은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삶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인간은 힘들고 때로는 지치거나 욕망을 가질 때도 있지만, 작가는 그러한 감정보다는 어릴 적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따뜻하고 평온했던 감정에 집중을 했다. 실제로 작품 속에 브라운 톤의 느낌은 작가의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던 커피를 안료로 사용하여 어린 시절의 감정을 더욱 강조하였다. 

성연화 개인전을 연 갤러리 조은의 전경. 출처 갤러리 조은
성연화 개인전을 연 갤러리 조은의 전경. 출처 갤러리 조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어릴 적 가장 평온했던 기억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거기에 한지라는 전통적인 느낌이 더해져서 아날로그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디지털 시대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자아의 기억으로부터 평온함을 관객들이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의의 집착을 보이는 작가"라고 평했다.

ⓒSung Yeon-Hwa, Courtesy of Gallery Joeun

출처 : 한국미술신문(https://www.kmi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