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e갤러리] 천진한 천재의 묵직한 장난기…오세열 '무제'
  • 22-03-05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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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년인지 소녀인지, 꽃가지 잘라 뒤로 감춘 채 누구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선으로 쓱 그어 무늬만 창인 그 언저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마치 아이의 시선과 손을 빌린 듯한 구성과 색, 바른 듯 벗긴 듯한 화면도 여전하고, 장난기 실은 오브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어느 식품회사의 크래커 포장을 뜯어붙인 이유를 우린 끝까지 알 수 없을 거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그저 재밌으면 된다고 할 테니. 

 

숫자 1부터 10까지를 반복해 써놓고, 칠판낙서로도 친숙한 작가 오세열(75). 그가 종종 불러내는 인물의 특징은, 그저 다채로운 세상사 모티프 중 하나라는 데 있다. 원근·구도 등 미술사가 떠받들던 철칙은 없던 일로 만들고 그저 천진무구함만이 빼낼 수 있는 일종의 기호. 덧칠해 쌓는 것보다 덧칠해 긁어내는 마티에르도 ‘역행’이다. 


그런데 묘하지 않은가. 마치 화석층처럼 바로 거기에 세월의 무게가 눌려 있으니. 세상이 낙서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는 신호가 ‘무제’(2020)에 다시 떴다.


11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특별전 ‘천진난만한 천재’(Ingenuous Genius)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 이전을 기념한 전시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