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Planet Voice : 문화Culture] 시티 유토피아 '멸종위기동물들'의 이야기
  • 22-06-22

 


 

정성준 작가 ©Jeong Seong-Joon, cortrusy of Gallery Joeun 

 

지금까지 미디어는 환경오염을 이야기할 때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송출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죽은 바다거북,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고 죽음을 눈앞에 둔 북극곰, 전쟁의 여파로 떼죽음을 당한 돌고래 등 모두가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들뿐이다. 그만큼 심각한 환경오염의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다르다. 현실이 제아무리 끔찍하고 잔혹하더라도 예술은 그들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결코 잔혹하고 끔찍하지 않다. 눈살을 찌푸리거나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게 하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달 유토피아를 찾아 도시 여행을 떠난 멸종위기종들의 이야기를 담는 '정성준 작가'를 만났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정성준 작가가 들려주는 환경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플래닛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 정성준입니다. 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작업합니다. 회화, 비디오, 입체 작업도 하고 있지만 주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고요.

 

Q. 작가님의 작품을 서울에서 볼 수 있어 무척 반갑습니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 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동물들이 기자님께, 관람객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예요. "I need you." 당신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동물들은 우리를 친구이자 동반자, 동시대를 살아가며 이 세상을 공유하는 존재라고 여길지도 몰라요.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요. 반면 우리는 어떤가요? 지구의 모든 문제를 야기한 건 전부 인간입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다. 당신의 사랑, 노력, 관심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짓게 됐어요.

 


 

 ©Jeong Seong-Joon, cortrusy of Gallery Joeun

 

Q.  작가님의 작품을 접했을 때 다이나믹한 경험을 했어요. 분명 유쾌하고 재밌는 그림인데, 그 안에서 슬픔이 느껴졌어요.

A.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패가 서민들 앞에서 광대판을 벌이잖아요? 모두가 즐겁게  그 이야기를 듣는데, 알고 보면 광대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왕과 세상을 풍자하는 굉장히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였죠. 그런 것처럼 제 작품도 동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이 사라질 위기 등을 보여주고 있는 건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조금은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혹은 밝고 명랑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죠.

 

Q.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실질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도시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동물,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죽는 동물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너무 비극적이잖아요. 특히나 인류는 좁은 도시에서 서로 경쟁하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그림을 보면 회피하고 싶을 것 같았죠. 저만해도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면 눈을 돌리게 되니까요. 그래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지구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해요. 아름다운 그림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이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고 싶어지도록 해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Jeong Seong-Joon, cortrusy of Gallery Joeun 

 

Q. 작가님의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다채로운 색감과 흑백 배경입니다. 감상자의 몰입감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 같아요. 배경을 흑백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A. 제가 중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을 때 경험이 반영된 것입니다. 당시 중국에 도착했을 때 뿌연 안개가 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안개인 줄 알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죠. 중국 유학 전에 러시아에서 유학했는데, 제가 러시아에서 있던 지역이 산간지역을 개발한 곳이어서 안개가 많이 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안개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안개가 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알아보니 안개가 아닌 스모그였어요. 그 잿빛 스모그의 기억에 영향을 받아 배경을 흑백으로 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전시작 중에는 일부 배경에 색감을 넣은 작품도 있는 것 같아요.

A. 부분적으로 컬러가 있는 작품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흑백은 스모그를 표현한 것인데, 그 의미는 고통받는 자연을 말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다시 컬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그래서 동물들이 있는 곳은 즉 자연을 뜻하기 때문에 컬러가 들어간 것이고, 배경에 컬러가 들어간 부분은 조금은 되찾은 자연을 뜻합니다. 도시에 동물이 등장하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Jeong Seong-Joon, cortrusy of Gallery Joeun

 

Q. 기존 작품과 달리 이번 신작들에는 텍스트가 가미돼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하신 것 같아요.

A.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0대부터 40대까지의 분들끼리는 문화적으로 관심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소통이나 공감이 원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세대들에게 익숙한 만화적인 요소, 일러스트적인 느낌과 분위기를 작품에 반영시키기 위해 말풍선이나 물음표, 전구 같은 요소도 활용했습니다. 그림이 더 풍성해진 것도 있지만 제 의도가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최근 가장 관심있는 지켜보는 환경 문제가 있을까요?

A. 2년간 작업에 매달리면서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많이 접했어요. 얼마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 속에서 초토화된 산림에 대한 고민도 했고. 북한에서 미사일 위협을 가했을 때는 바닷속 생태계에 대한 걱정도 했죠. 

최근에는 중국 어선 불법 침입에 대한 문제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중국 어선들은 대체로 '깡그리'라고 부르는 그물을 쓰죠. 이 그물은 바닥까지 다 긁어내기 때문에 굉장히 작은 물고기 한 마리 놓치지 않고 모조리 쓸어가요. 이러한 방식의 어획을 지속한다면 바다는 점점 황폐화 되는 거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자신들의 영해를 벗어나 다른 나라의 영해까지 넘어온다는 거예요. 점점 황폐화된 바다가 넓어지고 있는 거죠. 더 경악할 사실은 이 어선들의 행태를 중국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지구에 사는 생명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다음 작품부터는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Jeong Seong-Joon, cortrusy of Gallery Joeun

 


Q.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전시 타이틀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연은 지금 당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관심과 사랑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해 주셨으면 해요. 작품 속 동물 친구들이 도시로 온 이유는 결국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유토피아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다 함께 방법을 모색해 봤으면 합니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고 분명 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