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태 Yoo Sun Tai
작가 노트
유선태는 일상의 친숙한 사물들로,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그의 그림에는 사물들을 낯선 관계 속에 놓는 ‘데페이스망 (dépaysement)’ 즉, 일상의 오브제들을 그 쓰임과 다르게 그려내거나 배치함으로써 보이는 이로 하여금 낯설게 느껴지도록 하는 기법이 활용되었다. 사과의 중심에 풍경이 담긴 창문이 그려져 있거나 타자기와 축음기, 책들이 공중에 부유하듯 화면 곳곳에 표현되었다.
이는 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원적 개념들을 작업에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의 전 작업에 제목으로 붙는 ‘말과 글(The Words)’ 또한 청각과 시각이라는 양가성을 지닌다. 유선태는 이러한 이원론적 개념이 그림에서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순회되어 하나로 통일되도록 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이미지는 그의 작품마다 등장하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다. 이 이미지는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공간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작가의 자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는 스스로 자화상이면서 화면을 융합하는 중재자이다. 각각의 사물을 정의하는 단어는 하나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몽환적인 가상세계를 그림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