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혜 Ryu Min Hae
<예리하고 고도로 능동적인>
전시 제목 : 예리하고 고도로 능동적인
전시 일정 : 2021.07.21 - 31
전지 장소 : 갤러리 조은

이번 전시는 드로잉 꼴라주를 기반으로 한다. 모든 사물과 풍경에는 그들만의 움직임이 존재하
고, 그 방향에 따른 흐름의 작용이 일어난다. 주의를 기울여 어떤 사물과 풍경을 관찰하다 보면
그 주위로 특정된 진동과 울림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러한 사물과 풍경이 자아내는 비가시적
인 이미지의 흐름과 그 방향성을 드로잉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사물과 풍경은 예리하다. 그 예
리함은 유동적인 선을 지닌 면으로 종이 위에 고정되고, 그 위, 아래, 옆 또는 중앙으로 무한한 방
향성을 지닌다. 움직임의 흐름이 가느다란 실선으로 자기만의 방향을 드러내게 된다.

지중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볼 때의 그 날들을 기억한다. 바다의 물결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보면 나는 어느새 지구의 반대편 또 다른 곳을 그리게 된다. 나의 내면에서 눈 앞에 펼쳐진 바다
를 넘어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그 가상의 풍경은 익숙하면서 그리운 곳이기도 하고, 낯설면
서 새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바다는 머무르고 흘러간다. 광활하면서 신비로운 지구별의
이곳과 가상의 저곳을 항해할 수 있도록,

전시장의 파란 바닥은 전시 공간을 이곳과 저곳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이곳이고, 나의 시선이 맞은편 풍경을 따라 먼 곳을 쫓아가는 곳은 저곳이다. 파란 바닥을 넘나드
는 관객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움직이는 관객의 동선이 마치 드로잉에서 고정된 사물 주변으로
교차하는 무한한 움직임의 실선과 같이 느껴진다. 관객의 움직임은 실선이 되고 파란 바닥과 그
위의 여러 사물들은 각자의 방향에 따른 흐름을 가진채 하나의 큰 풍경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