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다리난간 선 남자의 선택은…윤상윤 ‘페인터 2’

2017년 작
정돈된 그림에 깐 무의식·자아
작품에 빠지지 않는 ‘물’ 통해
환상·현실 경계의 장치와 연결

윤상윤 ‘페인터 2’(사진=갤러리조은)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숲 속 녹음이 진하다. 물풀 우거진 연못을 가로지른 아치형다리와 제법 어울린다. 잘 그린 풍경화,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 다리 난간 돌기둥에 올라선 남자도 불안하고 그 손에 들린 밧줄도 심상치 않은데.

작가 윤상윤(39)은 무의식·자아·초자아 같은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복잡하고 어두운 화면이 나올 거란 짐작은 쓸데없다. 깔끔한 색, 안정된 구도까지 작가의 그림은 잘 정돈돼 있다.

작품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물’. ‘페인터 2’(2017)가 그렇듯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세운 어떤 장치와 교묘히 연결된다. ‘페인터’(painter)란 단어는 ‘화가’란 뜻 외에 ‘배를 매는 밧줄’이란 두 번째 뜻이 있다. 복선 깔기를 즐기는 작가니 그 틈에 뭔가 숨기지 않았을까 싶다.

내달 11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서 한국 대표작가 28명이 낸 소품 50여점으로 꾸린 기획전 ‘소품락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0×72㎝.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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