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정신이 그림에 작가의 魂 살려”

▲ 대전 목원대 미대 사제지간인 오세열(오른쪽)·김동유 작가가 경기 양평군의 오 작가 작업실에서 공동 전시회에 선보일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화단 주목 오세열·김동유 ‘師弟전시’

칠판에 낙서한 듯한 숫자 그림 등의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세열(72) 작가와 팝아트 작품을 연상시키는 ‘얼굴 속 얼굴’ 그림으로 유명한 김동유(52) 작가가 함께 사제(師弟)전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조은갤러리에서 오는 3월 7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에 대전 목원대 미대 스승과 제자인 두 작가는 대표작 10여 점씩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를 앞두고 김 작가가 지난 2010년 정년 퇴임 후 작업을 이어온 경기 양평군의 오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함께 전시를 한다고 해서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사제지간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시면 돼요. 저로서는 학교 다닐 때부터 아꼈던 제자와 함께 전시를 하니 기쁘죠.” 이에 김 작가는 “혹시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갤러리로부터 처음 전시 제의를 받았을 때 선생님 허락부터 먼저 받으라고 했다”고 화답했다.

오 작가는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무수히 많은 층을 만든 후 다시 뾰족한 못이나 송곳 끝으로 긁어내 숫자나 형태를 만들어 작품(사진 아래 왼쪽 그림)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 자체가 마치 수행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단색화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손을 내저었다.

“단색화는 물론 추상화로 분류되는 것조차 원치 않고 그냥 그림으로 감상하시면 좋겠다”며 “작품 제목을 다 ‘무제’로 하는 것도 제목을 달면 관람객들이 그림과 제목을 맞춰 감상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삐뚤삐뚤하게 쓴 숫자, 알 수 없는 기호나 비정형의 낙서 같은 선, 그리고 단순하게 그려진 꽃, 새나 물고기 등이 담겨 있다. 동심을 닮은 그림이어서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15년 9월 한불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파리의 유명갤러리 보두앙르봉에서 전시가 열렸을 때 미술평론가 잔느비에브 브리에트는 “기억의 이미지들의 창조자, 오세열은 유아적 표현의 모방과 그라피티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며 “그의 작품은 완성된 형태들이라기보다 형태들의 잠재력이며, 지식의 기호들이라기보다 존재의 기호들”이라고 정의했다.

제자인 김 작가의 작품을 평해달라고 하자 그는 “미술에도 헝그리 복서정신이 필요해요. 배고파야 작가의 혼이 살아납니다”고 평소 본인의 생각부터 먼저 말했다. 그 같은 신념 때문인지 본인 역시 청빈한 생활을 한다. 주말에 대전의 개척교회에 다녀오는 일 외에는 속세의 번잡한 일을 멀리한 채 오로지 작업만 한다. 그러나 헝그리 복서 운운은 김 작가를 지칭한 말 같았다.

김 작가야말로 화단의 ‘헝그리 복서’다. 김 작가는 40세 넘어서까지 ‘가난한 환쟁이’였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충남 논산 축사에서 가족과 생활하며 벼랑 끝 투혼을 불사르다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반 고흐 ‘이중 그림’이 8800만 원에 팔리고 이듬해 또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3억2000만 원에 팔리며 스타작가가 됐다.

2012년에는 런던에서 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전시회’에 아시아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고 또 내년 5월에는 마이클 잭슨 탄생 60주년전에 제프 쿤스 등의 유명작가와 함께 작품을 내놓는다.

그의 대표작은 복제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기호와 상징의 의미를 되묻는 ‘얼굴 속 얼굴’ 그림이다. ‘비비안 리 vs 클라크 게이블’(오른쪽 그림) 같은 작품도 점망을 연상시키는 클라크 게이블의 작은 얼굴 이미지들로 비비안 리의 얼굴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림이다. 김 작가는 “세계사를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 유명인물들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김 작가의 작품에는 비비안 리와 마릴린 먼로는 물론 케네디, 김일성,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다이애나 비의 얼굴까지 등장한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제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전시 오프닝 파티나 기자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오 작가가 선뜻 3월 7일 전시 개막식에 가겠다고 한 것도 애제자와 함께하는 사제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02-790-5889.

양평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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