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오세열·김동유展…사제지간(師弟之間) 첫 전시 “선례 남길 바라”

▲ 스승과 제자 사이인 오세열(좌)·김동유(우) 작가는 이번 ‘사제지간’ 전시가 미술계의 좋은 본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세계적 미술작가 반열에 오른 스승과 제자가 뭉쳐 한 공간에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숫자 낙서’ 오세열(72) 작가와 ‘얼굴 속 얼굴’ 김동유(52) 작가가 바로 그 인물들로, 이들의 전시회가 최근 화단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 한남동 소재 갤러리 조은에서 지난 7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내달 7일까지 총 28일 간 진행된다.

오 작가와 김 작가는 대전에 위치한 목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1984년 첫 인연을 맺은 이후 30년 넘는 긴 시간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서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먼저 이번 전시를 통해 오 작가는 1990년대 이후 작가가 그간 몰두해온 숫자 등이 등장하는 반(半)추상 그림 가운데 2015년 이후 최근작 7점과 함께 귀와 팔도 없이 마치 그려지다 만 듯 한 어린아이들 형상으로 더욱 애잔한 정취를 자아내는 인물화 2점, 그리고 70~80년대 작가의 추상 작업의 흔적이 엿보이는 90년대 초반 작품 1점을 각각 선보인다.

오 작가가 최근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은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무수히 많은 층을 만든 후 다시 뾰족한 못이나 송곳 끝으로 긁어내 숫자나 형태를 만들어 완성된 것들이다.

화폭에서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형상은 삐뚤삐뚤하게 쓴 숫자, 알 수 없는 기호나 비정형의 낙서 같은 선, 그리고 단순하게 그려진 꽃, 새나 물고기 등이다.

따라서 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땐 언뜻 동심이 표현된 예쁜 그림엽서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전혀 다른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오세열의 유년기 속 낯선 사물들

ⓒ 오세열

특히 무광택으로 무수히 덧대 칠해진 물감의 흔적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따라서 무채색 바탕에 돌출하듯 그려진 딸기와 등잔, 넥타이는 흘러간 시간의 층위에 깊이 묻혀 있던 것들이 돌연 의식의 수면 위로 부상해 오른 사물들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은 당연히 작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아동의 순진무구한 심성에 주목했다. 어린 시절 쓰던 ‘몽당연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내 작품을 포스트 단색화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반추상·반구상에 가까우며, 일정한 구애 없이 자유롭게 세계를 표현하는 데 만족한다. 관람객들의 감상의 영역을 크게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주(駐)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오세열 개인전’을 앞두고 현지의 미술평론가 프랑수와-앙리 데바이유(Francois-Henri Debailleux)는 ‘오세열, 예술의 유년기(Culture Coreenne N°91 발췌)’란 제목의 글을 통해 “오세열의 작품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나눈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담은 음악과 같다. 유년기는 그가 매일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가는 항상 유년기를 탐구하고 연구한다”고 평했다.

이어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 2005년 이후 자신을 세계적 명성의 작가로 올려놓은 ‘얼굴 속의 얼굴’ 연작 14점을 공개했다.

‘얼굴 속 얼굴 그림’은 유명인의 작은 얼굴 이미지로 또 다른 유명인의 얼굴 이미지를 덧씌운 작품. 따라서 그의 그림은 ‘얼굴 속의 얼굴’ 외에도 ‘이중 그림’, ‘이중 초상’, ‘픽셀 모자이크 회화’ 등으로도 불린다.

김 작가는 20~30대 무명의 설움 끝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입지전적 인물로도 유명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 못 지는 ‘가난한 환쟁이’로 충남 논산의 축사를 빌려 가족과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지난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반 고흐’가 8800만 원에, 이듬해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3억2000만 원에 각각 팔려 나가며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김 작가는 “붓을 잡기 시작했을 시절, 각종 영상을 통해 그간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시각적 맥락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작가가 그린 ‘반 고흐’와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작품 모두 ‘얼굴 속의 얼굴 그림’이다.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작품의 경우 마오 주석의 작은 얼굴 이미지들을 조합해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 김동유

김 작가의 작업 과정은 마치 수도사의 수행과정을 연상케 하는 고된 작업이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실제 작품 크기로 프린트를 한 후, 캔버스를 배접시켜 볼펜으로 작은 인물 하나하나를 받아쓰기 하듯 그려낸다. 이어 세필로 다시 작은 인물 하나하나를 색칠해 나가며 작품을 마무리한다.

이렇듯 세밀한 김 작가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홍콩 크리스티 등 해외 미술 경매시장이지만, 이제는 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런던에서 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전시회’에 아시아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당시 그의 작품 ’다이애나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대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동유 ‘얼굴 속 얼굴’…복제 사회 속 기호ㆍ상징 의미 되묻는 작업

ⓒ 김동유

또한 내년 5월에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주관하는 마이클 잭슨 탄신 60주년전(展)에 제프 쿤스 등 유명작가와 함께 작품을 내놓는다.

김 작가는 인물을 다루는 작품을 주로 내놓는 만큼 “위험한 소재”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세계사를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 당연히 세계를 이끌어갔던 인물들이나 배우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작가 자신은 작품 제작 경위에 대해 이렇듯 간단히 설명하지만 팝아트 작품을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에 담긴 의미는 그리 쉽지 않다.

앞서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는 “김동유 작가의 그림 속 얼굴들은 존재가 아닌 그림을 이루는 기호들”이라며 “존재가 기호화됐다는 것은 실체 세계와 떨어져서 새로운 존재로서 재현되고 복제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시뮬라크르(원본과 다른 복제)로 표현된 것들이 또 다른 기호로 시뮬라크르한다는 점에서 김 작가의 작품은 복제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기호와 상징의 의미를 되묻는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오세열(좌) 작가와 김동유(우) 작가는 사제지간으로 3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30년을 넘게 이어온 두 작가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 보였다.

스승인 오 작가는 제자인 김 작가에 대해 “경쟁자가 아닌 든든한 동행자·동반자”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오 작가는 “일정 작업들을 통해 작가들 간 이뤄지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제지간이 한 데 뭉쳐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로, 이 전시가 좋은 선례로 남길 바라며 미술계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사제지간 돈독한 동행이 돋보이는 이번 ‘오세열·김동유展’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에서 3월 7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된다.

▲ 오세열(우)·김동유(좌) 작가의 사제전이 내달 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갤러리 조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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