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필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실’

변웅필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실’

눈썹도 머리카락도 없다. 실뜨기를 하고 있는 한 사내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림을 마주하고 작품명을 보자니 ‘작가의 자화상인가’ 싶다가도 그렇게 단정짓기엔 영 석연치 않다. 눈썹, 머리카락 등 형태는 물론이고 표정마저 제거하니 어느 한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는 왜 이토록 자신을 지독히도 객관적으로 그려놓았을까. 그리고 엉켜있는 실은 마치 “이 문제 좀 풀어보세요”라고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요”라고 말이다.

이 작품은 변웅필 작가의 2017년작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실’이다. 작가는 그간 자화상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그의 자화상에는 눈썹, 머리카락 등 형체와 웃음,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이 일체 배제돼 있다. 얼굴을 가리거나 주먹으로 일그러뜨려서 누구인지 알아챌 수 없도록 했다. 작가의 얼굴로 시작했지만 객관화 과정을 거쳐 불특정 한 사람의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세로가 변화와 이동, 상승과 하강의 역동성을 의미한다면 가로는 현재성, 공간성, 정적인 흐름에 가까워 보인다. ‘지금 나는 누구인가.’ 가로 붓질은 그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시계추처럼 한 자리에서 맴도는 우리 일상과도 닮아있다.
작가는 단순히 외모로, 겉모습으로, 또는 인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적 편견, 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가치가 있어요. 어떤 모습이든 외형이 아닌, 내면의 모습을 봐주길 바랍니다.” ‘표정 없는 남자’는 이런 생각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색이 강한 것도 아닌데, 표정과 얼굴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로만’ 향하는 작가 특유의 강렬한 붓질 때문인지 모르겠다. 가로는 세로와 다른 의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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