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필 ‘자화상’ 얼굴 비틀고, 감추고…무표정 속 본질 찾다

▲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앵두 120cm x 100cm Oil on Canvas 2016 ©갤러리 ‘조은’ 제공

화가 변웅필(47)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에서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3년 만에 여는 전시회다.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연작 24점을 선보일 예정이며, 모두 최근작이다.

변 작가의 그림 속 얼굴엔 표정이 없다. 개체의 특징이 조금이라도 엿보여선 안 된다는 듯 눈썹과 머리카락마저 제거했다. 말 그대로 민머리다. 여기엔 웃음과 슬픔, 분노, 짜증 등 감정을 동반한 얼굴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도 발견할 수 없다. 그림 속 인물은 무표정한 얼굴을 손가락으로 찌그러뜨리거나 화투, 꽃, 실, 반창고 등으로 얼굴 일부를 가린 채 관객을 응시한다.

▲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실 150cm x 130cm Oil on canvas 2017 ©갤러리 ‘조은’ 제공

“유학 중이던 2002년부터 자화상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현지인들로부터 이유 없는 차별을 종종 느꼈는데 외모로부터 비롯된 선입견 때문 같았어요. 그 때 ‘내 고유한 얼굴을 자의적으로 일그러뜨리거나 특정 부분을 감춘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머리카락도, 눈썹도, 피부색도 안 그렸어요. 나라는 정체성을 모두 없애버린 거죠.” 변 작가의 말이다.

동국대 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변 작가는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스터미술대학 석사(순수미술), Prof. 기욤 베일(Guillaume Bijl ·마이스터 과정)을 졸업했다. 한때 개념미술, 설치미술로 작업방향을 틀었던 그는 사진 작업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2006년 귀국 후 잇달아 선보인 자화상 연작 시리즈는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자화상 작업은 독일유학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노트에 인물 드로잉을 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디테일 없이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인물은 남자도, 여자도, 어른도, 아이도 아니었다. 특정 개인의 얼굴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얼굴이었다.

▲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분홍장갑 5001 116.8 cm x 91 cm Oil on canvas 2016,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실 150cm x 130cm Oil on canvas 2017 ©갤러리 ‘조은’ 제공

독특한 얼굴색도 눈길을 끈다. 언뜻 보면 시신의 얼굴 같으면서 눈을 뜬 채 잠든 사람의 얼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피부색은 무표정을 더욱 강조한다. 변 작가는 “피부색은 빨강과 녹색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며 “TV 색조정을 할 때 한쪽 끝으로 돌리면 빨간색, 다른 쪽은 녹색으로 변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그것에 기반을 두고 빨강·녹색 물감을 종류별로 구매해 혼색을 해보고 가장 적합한 피부색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간을 평가 대상으로 삼아 타자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변 작가의 자화상은 ‘우리 모두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이렇게 밝힌다.

“주관적 시선에 기반하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 차별, 성별에 따른 섣부른 태도, 직업과 사회적 위치에 따른 계급적 판단 등 수많은 선입관과 편견들로부터 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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