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크리스탈로 山水를 뒤덮다

갤러리조은 내달 18일까지
NYT ‘명멸하는 빛의 보석’ 극찬

인공풍경_Luminous Gold Drawing 116.8 x 90.9cm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7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동양의 산수화하면 단순히 한지에 수묵으로 담담하게 그려 적막감이 도는 마을과 산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김종숙(49)의 그림은 이에 대한 편견을 깬다. 동양 산수 속 산과 마을 그리고 하늘의 눈발은 한없이 반짝인다. 영롱한 빛을 통해 관람객은 도시 생활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동양 산수에서 맛볼 수 없는 동화 같은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김종숙 작가는 2004년부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매개로 한 ‘인공풍경 연작’을 통해 전통회화인 진경산수화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왔다. 김 작가는 크리스탈과 조선시대 산수화를 접목시켜 세계미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즈는 2017년 3월 뉴욕에서 열렸던 ‘아시아위크’에서 ‘세계의 반대편에서 온 명멸하는 빛의 보석’이라는 제목으로 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반짝임과 경쾌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소재의 병치를 관객에게 선사한다”고 했다.

크리스탈로 장식된 인공풍경은 화려하지만 고된 과정을 거친다. 캔버스에 먼저 아크릴 물감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접착제로 코팅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화폭에 다시 세필 붓으로 수많은 접착제 점을 찍은 후 크리스탈 알갱이를 붙인다.

150호(227.3×181.8㎝)의 경우 35만개 크리스탈이 필요하다. 크리스탈 가격을 고려한다면 작품 재료값이 상당하다. 그는 “화랑에서 팔리는 그림 값이 재료값에도 못 미칠 때가 많다. 해외 화랑과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인정받으니 제대로 가격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인공풍경_Luminous Metallic Blue 53.0 x 53.0cm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동양의 산수에 발을 디딘 데는 이유가 있다. 고인이 된 부친은 서울에서 이름난 나전공방 장인이었다. 어려서부터 공방을 드나들며 나전가구의 반짝이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김 작가는 “2000년대 들어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해왔다. 내 뿌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버지가 돌아갈 시점에 사라져버린 나전이 생각났다. 나전가구의 반짝이는 빛의 세계에 시대가 조응할 수 있는 크리스탈을 찾아냈다”고 했다.

한편, 김 작가는 국내는 물론 미국, 홍콩, 유럽 등 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은행, 서울동부지검,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 등 주요 기업에 소장되어 있다.

‘크리스탈 산수화’로 새 지평을 연 김종숙 작가의 개인전 ‘김종숙, 빛의 산수(山水)’는 26일부터 내달 18일까지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린다. 작품은 총 스물여섯 점이 나왔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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