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얼굴 속 본질 찾기’ 변웅필展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실 150cm x 130cm Oil on canvas 2017(사진 왼쪽)/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분홍장갑5001 116.8 cm x 91 cm Oil on canvas 2016(가운데) /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앵두 120cm x 100cm Oil on Canvas 2016(오른쪽)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유학중이던 2002년부터 자화상 시리즈를 그렸다. 이유 없는 차별을 종종 느꼈는데 ‘내 얼굴을 자의적으로 일그러뜨리거나, 특정부분을 감춘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카락도, 눈썹도, 피부색도 안 그렸다. ‘나’라는 정체성을 모두 없앴다.”

화가 변웅필(47)의 그림 속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중국 작가들이 과도한 표정으로 사회주의 현실을 풍자한 것과는 다르다. 개체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민머리에 눈썹과 머리카락마저 제거해 버렸다. 웃음, 슬픔, 분노 등 감정은 물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더욱 발견할 수 없다. 다만 얼굴을 손가락으로 짓누르거나 화투, 꽃, 반창고 따위로 얼굴을 가린 채 관객을 응시한다.

변웅필 작가가 3년 만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14일 개막해 5월1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변 작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연작 스물네 점을 선보인다. 모두 최근작들이다.

동국대 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변 작가는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스터미술대학 석사(순수미술), Prof. 기욤 베일(Guillaume Bijl·마이스터 과정)을 졸업했다. 2006년 귀국 후 잇달아 선보인 자화상 연작 시리즈는 화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자화상은 독일 유학할 당시 아르바이트하던 틈틈이 노트에 인물 드로잉을 하며 시작됐다. 디테일 없이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인물은 남자도, 여자도, 어른도, 아이도 아니었다. 특정인의 얼굴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얼굴이다.

드로잉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은 점차 자화상 시리즈로 굳어졌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드로잉 후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다. 완성될 이미지를 미리 보기 위해 컴퓨터에서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다. 그 이미지 도상을 바탕으로 캔버스 위에 유화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무표정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관객의 눈길을 끄는 얼굴’을 만들어낸다.

그는 화면의 모든 부분을 일정한 두께와 너비의 가로 방향 붓 터치로 채운다. 작품 크기에 따라 2호나 4호의 작은 붓이 사용된다.

변 작가는 “피부색은 빨강과 녹색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어릴 때 티브이 색조정할 때 한 쪽 끝으로 돌리면 빨강, 다른 쪽은 녹색으로 변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에 기반을 두고 빨강과 녹색 물감을 색 종류별로 혼색을 해 가장 적합한 피부색을 찾았다”고 했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는 주관적이다. 수많은 선입견과 편견들로 가득하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같고,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 모두의 얼굴’ 이기도 한 변 작가의 자화상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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