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천장 전구 가는 가장 험악한 방법…조문기 ‘탑’

2020년 작
집안서 벌어진 해프닝 유머·풍자로 재구성
‘가족’으로 행하는 사건들 과장되게 비틀어
조문기 ‘탑’(사진=갤러리조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첩첩이 타고 오른 인간탑이 눈앞에 서 있다. 뭔가 이벤트가 벌어졌나 싶어 아래서부터 시선을 끌어올리는데. 역시 어이없는 장면을 목도하고야 만다. 고통스럽게 한층 한층 몸을 쌓은 그들의 목적은 천장의 전구를 갈아 끼우는 거니까. ·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작가 조문기의 작품 ‘탑’(2020)이다. 작가는 현실에 고인물을 위트로 빼내는 작업을 한다. 고인물이라면 근대문화나 가부장제 등이 될 텐데. 묘사한 상황 대부분이 집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해가 쉽다. 십중팔구 등장인물의 관계는 가족이란 얘기다.

결국 작가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건·암투를 해학과 유머·풍자로 재구성하는데. “고발보단 과장되게 비틀어 표현했다”는 가족 간 ‘비즈니스’가 실로 적나라하다. 퍼런 회색톤 배경 속에서 이들은 아예 눈을 감아버린 채 번번이 험악한 연출을 하고 있으니.

발랄하던 초기작 분위기와는 많이 멀어졌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빠진 자리를 ‘우중충한 콘셉트’로 채웠지만, 색 대신 물이 올랐다고 할까.

8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그룹전 ‘한남에서 앙상블 두 번째’(Ensemble at Hannam 2nd)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96.9㎝.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