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딱지 앉듯 첩첩 내린 도시인 서정…송지연 ‘먼 곳을 바라보다’

2019년 작
도시풍경 포착, 투박한 질감으로 들여
화면에 배인 감정 담은 미묘한 색감도
“시간의 축적, 삶의 의미를 되짚는 일”
송지연 ‘먼 곳을 바라보다’(사진=갤러리조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땅보다 더 깊고 넓은 물. 그 위에 잎을 다 떨궈낸 추운 나뭇가지들만 걸쳤다. 사이사이 나지막한 건물이 어렴풋이 어리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시선을 잡아끄는 건 땅과 물, 하늘까지 덮은 가지들이다.

도시 이곳저곳의 풍경을 포착해 투박한 질감으로 화면에 옮겨놓는 작가 송지연(39)이 슬쩍 외곽으로 눈을 돌렸다. ‘먼 곳을 바라보다’(2019)다.

작가는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한 수많은 붓자국을 캔버스에 두껍게 쌓아내는 독특한 작업을 한다. 거기서 만들어지는, 미처 사람의 눈에는 잡히지 못했을 미묘한 색감을 끄집어내는데. 이를 두고 작가는 “단순한 색 조합이 아닌 내 감정을 담은 것”이라고 말한다. 여백도 없고 사람도 하나 없이 빽빽하게 들여 채우는 작업을 두곤 “시간의 축적이고 삶의 의미를 되짚는 일”이라고도 했다.

친해 보자고 다가서서 보니 잔뜩 엉켜 있는 형상. 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 되레 그림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면서다. 비로소 바스라질 듯 잔뜩 말라버린 분위기가 전하는 희망이 읽히는 듯도 하고. ‘죽지 말고 살아라. 잎을 내고 꽃을 피울 때가 곧 오겠지’ 한다.

2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기획전 ‘소품락희’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아크릴. 53×45.5㎝.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