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고유한 색깔로 한국적 서정 담아내는 김덕용 전병현 작가 한남동 조은갤러리 개관 초대전

1월15일부터 2월26일까지 ‘기억 속에 피어난 白花-봄날 오는가’ 2인전 닮은 듯 다른 작품 30여점 전시

김덕용과 전병현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과 구성으로 한국적인 서정을 화면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또한 세계적인 경매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주목하는 한국 대표 작가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두 작가의 2인전이 1월 15일부터 2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개관한 갤러리조은(02-790-5889)에서 열린다. 각기 다른 ‘결’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기억 속에 피어난 白花-봄날 오는가’이다. 김덕용과 전병현은 동양화와 서양화 전공으로 출발점이 다르나 두 작가 모두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다.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나무, 한지 등을 소재로 한국적 정서가 가미된 작품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한 김덕용은 시간의 축적과 삭힘의 결로 ‘한국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 옷칠, 자개, 단청 등으로 깊이 있는 색채뿐만 아니라 나무 특유의 ‘결’에 어머니, 누나, 동생과 같은 보는 이들의 가슴속마다 깊이 새겨있을 법한 아련한 추억과 따듯했던 기억을 구현한 작품들로 4계절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나무를 다듬고 파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자개 등 오브제를 붙여 ‘나무결’에 인간의 감성을 불어넣는다. 세월의 흔적과 삶의 무게는 시간성을 나타내는 ‘결’과 연관된다. 결은 작품의 텍스추어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이면서도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시간성과의 상징적 고리이기도 하며, 자연스런 선율을 이루는 핵심적 요소인 셈이다.

독일의 저명한 평론가 가렛 마샬은 “작품이 나무 위에 완성될 때, 판은 마치 조각이 공간 속에 걸려있는 듯한 하나의 덩어리를 가지게 되며, 이 덩어리는 또한 점점 그들 나름대로의 표현 방법을 찾으려 하는 김덕용의 작품의 성숙도에 더해진다”며 “김덕용의 작품은 한국 미학의 요소를 가지고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고취시키는 높은 예술적 수준을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그의 작품세계는 나뭇결 한 층 한 층 스며든 아름다움과 더불어 옛 사진을 마주하는 것 같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으로 귀착되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은 그가 수집한 갖가지 나무들의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전병현 작가는 1982년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고졸 학력자로는 처음 대상을 거머쥐었다. 1984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서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가나갤러리에 30년간 소속작가로 활동해온 그의 작품 주요 모티브는 백색(白色)이다.

“작품을 통해 거창한 무엇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장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휴식이 되고 싶습니다.” 30여년간 한지를 재료로 한국적 서정이 듬뿍 담긴 그림을 그리는 인기화가의 그림에 대한 철학이 안식과 힐링이다.

그는 “파리 유학 시절 서양화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배우면서 한편으론 동양적 감성과 정신의 큰 힘을 깨달았다”고 한다. 백자를 좋아하는 작가는 화폭에 그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화실에 놓여있는 다양한 백자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여다본다. 야생화 소재의 작품들은 풀꽃의 질기면서도 특유의 연약함을 표현하기 위해 야생화와 소통하며 사생한 결과이다.

힘찬 붓질 흔적과 두꺼운 마티에르(Matiere, 질감)는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되살려 놓은 듯하다. 이번 전시에는 2009~2010년에 제작한 정물화 중 미 발표작 12점과 소품 신작 8점을 선보인다. 한지의 재료인 닥죽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한 그의 회백색 작품들은 수묵화의 절제미를 연상케 하면서도 꿈틀거리는 역동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작가는 “재료는 예술의 혈액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재료에 관심이 많다. 재료실험에 30여년 넘게 몰두해왔다. 습식벽화 작업을 하며 온갖 재료 실험을 거듭해왔다. 작품과정을 보면 꽃이나 나무 등 원하는 형태를 흙으로 빚고, 석고를 부어 틀을 먼저 만든다. 물에 불린 전통 한지 죽을 틀에 넣어 뻥튀기 같은 한지 부조로 빚은 다음 적당히 건조시킨다.

이를 떼어내어 캔버스에 붙인 후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다. 콜라주 기법 후 채색할 때는 내구성을 위해 안료에 황토와 중성 풀을 섞기도 하고, 대리석 가루로 만든 수용성 안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면은 은은한 유백색이 돋보이며 친근하게 다가오고, 여백도 있어 사색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그의 작품은 두터운 마티에르와 입체감이 돋보인다.

기법은 다분히 서양적이지만 내용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마치 어린 시절 마당 화단에서 어머니와 누나가 함께 있었던 따뜻했던 봄날의 아련함을 추억하게 하는 따뜻한 작품들이다. 오랫동안 그의 전시를 기다려온 미술애호가와 팬들에게는 이번 전시가 희소식이 되겠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