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판 위에 형상화한 박경리의 삶·문학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덕용(48)의 작품은 우리 땅의 흙 냄새가 나는 듯하다.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나뭇결에 어머니, 누나, 동생 같은 인물을 매우 정겹게 묘사한다. 그는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질박하면서 토속적인 정취가 물씬하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6월 출간된 고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 삽입된 그림 작업은 김덕용에게 맡겨졌다. 생전에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었지만 한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낸 박경리의 문학과 따뜻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김덕용의 회화 이미지는 맞아떨어졌다.

고 박경리 1주기를 맞아 유고시집에 들어 있는 김덕용의 그림과 신작, 또 박경리의 유품 등을 전시하는 ‘박경리 1주기 특별전-박경리와 화가 김덕용’전이 5∼24일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열린다.

1층에서는 고인이 평소 사용했던 재봉틀, 호미, 안경, 만년필, 토지 원고, 사전 등 유품이 전시되며, 2층은 책에 삽입된 김덕용의 그림 10여점과 신작 20여점으로 꾸며진다. 고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작품 외에 반닫이 위에 단정하게 개켜진 신혼부부의 이불, 한옥 안채에서 옆모습만 살짝 드러낸 소녀를 그린 작품 등이 나온다. 작가가 그려내는 어머니와 소녀, 강아지와 까치 등의 모습은 박경리의 작품 속 수많은 인물과 오버랩된다. 그는 “박경리의 유고시집 그림들은 작업을 맡은 뒤 다시 한번 박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형상화한 것들”이라며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작업은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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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