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이 나뭇결로 그린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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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앞에서 작가 김덕용

갤러리현대 강남점 1주기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나무 판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덕용(48)의 작품은 아스라한 향수를 건드린다. 질박하면서 토속적인 정취가 물씬하다.

그래서인지 작년 6월 출간된 고(故) 박경리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 삽입된 그림 작업은 김덕용에게 맡겨졌다.

“박 선생님과는 생전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출판사에서 박 선생님의 문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적합한 미술 작가로 저를 점찍어서 부담은 됐지만 작업을 맡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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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이 그린 박경리

이미 출간된 책에 들어 있는 그의 그림과 신작, 박경리 선생의 유품 등을 전시하는 ‘박경리 1주기 특별전-박경리와 화가 김덕용’전이 5-24일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열린다.

1층에서는 고인이 평소 사용했던 재봉틀, 호미, 안경, 만년필, 토지 원고, 사전 등 유품이 연보식으로 배열된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유품 중에는 담배 1개비가 남아있는 담뱃갑도 있다.

2층은 책에 삽입된 김덕용의 그림 10여점과 신작 20여점으로 꾸며진다.

“유고시집 그림들은 작업을 맡은 뒤 다시 한번 더 박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형상화한 것들이에요.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것은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작가로서 자신의 원초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셨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전시작은 모두 나무판에 전통 물감을 사용해 단청기법으로 그렸거나 자개를 박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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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유품들

김덕용은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1989년부터 나무에 관심을 둬 1995년 두 번째 개인전부터 현재와 같은 작업 스타일을 굳혔다.

뒤주로 쓰였던 폐목에서 새 목재까지 나무판 위에 시각화한 그의 그림들은 일부러 굵게 선을 낸 결과, 곰삭은 미감을 자아낸다.

얌전히 개켜진 색동 이불, 시골 어느 초등학교 졸업 기념사진, 부끄러운 듯 반쯤은 문 뒤에 몸을 감추고 내다보는 소녀 등 이미지 자체도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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