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달항아리전’

작고화가 김환기, 도상봉은 국내 화단의 소문난 백자 애호가들이다. 생전에 집과 작업실에서 백자를 가까이 두고 애완했던 두 대가는 백자 그림 – 김환기작 ‘항아리와 여인’ ‘항아리와 매화가지’, 도상봉작 ‘백자’ ‘라일락’ 등 – 을 즐겨 그렸다. 백자그림전까지 열었던 김환기는 “미에 대한 개안이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되어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다. 나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며 백자를 예찬했다.

평생 조선백자에 매달렸던 도예가 한익환은 ‘설익은 듯 모자람이 풍기는 온화한 맵시, 우리네 흙의 영혼이 깃들인 자연 본연의 자세’라는 ‘백자큰달항아리’시를 남겼다.

달처럼 둥근 선, 눈이나 우윳빛이 감도는 백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과 색으로 특히 미술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미술작가들은 백자가 상징하는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와 온화하고 은근한 색채를 작품에 담아내 왔다.

갤러리현대 강남이 올 첫 기획전으로 한국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전을 15일부터 2월10일까지 연다. 도자비엔날레 등을 통해 백자와 더불어 백자 이미지 회화전이 열리고, 2002년 노화랑의 ‘18세기 백자전’ ‘한익환 백자전’에서도 전통백자와 현대백자가 전시됐지만, 2009년 달항아리전에는 기존의 백자와 회화뿐 아니라 백자 이미지의 사진, 입체설치까지 한데 모았다.

미술사학자 최순우가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중 ‘백자 달항아리’편에서 ‘아주 이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근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수룩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이라고 칭송한 조선백자. 고고학자 김원룡이 ‘그저 느껴야 하며 느끼지 않는다면 아예 말을 맙시다’라는 백자송을 남겼던 달항아리는 후대 작가들의 그림, 도예와 사진 외에 나무그림 및 구리선 소재 입체작품의 형태로 특유의 자태와 은은한 색감을 드러낸다.

전시장 입구의 유리장 속에 전시 중인 작품은 찬조출품된 18세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 2점. 이밖에 1, 2층 전시장별로 현대도예가들이 재현한 동글동글한 순백의 달항아리들도 반닫이 같은 전통목가구 위에 전시 중이다.

백자그림으로는 청색 바탕에 여러 개의 백자를 배치하거나 한 무리의 여인들이 백자를 들거나 이고 가는 김환기의 그림, 화면 가득 백자가 들어선 도상봉의 정물화 외에 중견작가의 백자 작품도 다채롭다. 사진처럼 정교하게 백자의 이지러진 선을 드로잉한 고영훈의 ‘생명’, 달그릇에서 순박하고 넉넉한 어머니를 떠올리는 강익중의 그림을 비롯, 외형보다 내면의 깊고 단아한 감성을 주목한 구본창의 백자 사진 및 정광호의 구리선 소재 ‘단지’와 목판을 파고 색칠한 김덕용의 ‘달항아리’ 등…. 중견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백자는 소재와 이미지는 달라도 한결같고 푸근한 어머니와 고향처럼 정겹게 다가선다.

이밖에도 질감과 색이 전통 백자같은 한익환의 백자 외에 박부원, 박영숙, 권대섭, 신철, 강민수, 김은경, 양구, 강신봉 등 현대도예가들이 재현한 최대 67㎝ 높이의 백자도 선보인다. 02-519-0800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