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독서당길에 봄을 부르는 오세열 · 김동유 사제(師弟)전」

오세열김동유_갤러리조은

‘숫자 낙서’의 오세열 작가, ‘얼굴 속 얼굴’로 유명한 김동유
두 작가가 봄을 맞아 벌이는 ‘색감의 이중주 향연’

오세열과 김동유 작가는 대전 목원대 미대 사제지간으로
김 작가는 스승 오 작가의 애제자 중 한명

세계적인 미술품경매회사 크리스티[Christie’s]로부터 적극적인
프로포즈 받는 스승과 제자, 오세열 · 김동유

장소 / 갤러리조은 「GALLERY JOEUN」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271-7 )
기간 / 2017년 3월 7일(화) ▶ 2017년 4월 7일(금)
관람시간 / 월요일(Mon) – 토요일(Sat), 오전10시 – 오후6시

◆ ‘벌침’처럼 현대인의 상처 치유하는 오세열의 유년기 속 낯선 사물들

최근 서울의 ‘새로운 미술 벨트’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 길에서 중량감 있는 작가 초대전을 잇달아 열며 주목을 받아온 갤러리 조은이 대전 목원대 미대 사제지간이며 각기 유니크한 작품 세계로 국제화단에서 입지를 굳혀온 오세열(72) 작가와 김동유(52) 작가의 사제(師弟) 전을 오는 3월 7일 개최한다.
4월 7일까지 한 달간 진행될 이번 전시에서 오세열 작가는 90년대 이후 작가가 몰두해온 숫자 등이 등장하는 반추상 그림 중에서도 2015년 이후 최근작 7점과 귀와 팔도 없이 그려지다 만 듯한 어린아이들 형상으로 인해 더욱 애잔한 정취를 자아내는 인물화 2점, 그리고 70년대~80년대 작가의 추상작업 흔적을 엿볼 수 있는 90년대 초반 작품 1점을 선보인다.

오작가가 최근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은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무수히 많은 층을 만든 후 다시 뾰족한 못이나 송곳 끝으로 긁어내 숫자나 형태를 만들어 완성된 것들이다. 화폭에서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형상은 삐뚤삐뚤하게 쓴 숫자, 알 수 없는 기호나 비정형의 낙서 같은 선, 그리고 단순하게 그려진 꽃, 새나 물고기 등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할 경우 언뜻 동심이 표현된 예쁜 그림엽서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전혀 다른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무광택으로 무수히 덧대 칠해진 물감의 흔적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래서 무채색 바탕에 돌출하듯 그려진 딸기와 등잔, 넥타이는 흘러간 시간의 층위에 깊이 묻혀 있던 것들이 돌연 의식의 수면 위로 부상해 오른 사물들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는 에스키스(esquisse, 초벌그림)를 안 한다. 보통 처음 붓을 잡으며 작품 구상을 하고 결론까지 연상하며 작업하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작업을 하며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무의식의 기억 층위에서 떠오른, 작가 자신에게 조차 낯선 사물들이야말로 우리가 시간의 갈피 속에 묻고 돌아본 적 없는 유년의 기억들을 다시 퍼 올리도록 해 현대 물질사회와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벌침’ 같은 것인지 모른다.
지난해 3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오세열 개인전을 앞두고 현지의 미술평론가 프랑수와-앙리 데바이유 (Francois-Henri Debailleux)가 ‘오세열, 예술의 유년기(Culture Coreenne N°91 발췌)’란 제목으로 쓴 글에서 “오세열의 작품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나눈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담은 음악과 같다. 유년기는 그가 매일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가는 항상 유년기를 탐구하고 연구 한다”고 쓴 것도 그 같은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화단에서는 오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놓고 최근 몇 년 전부터 미술시장 흐름을 주도해온 단색화 붐을 이어갈 ’포스트 단색화‘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본인은 단호히 거부한다. 오 작가는 “구상과 추상으로의 분류는 물론 단색화로 거론되는 것도 원치 않고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릴 뿐”이라며 “모든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것도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제목에 그림을 맞춰 보려는 헛된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김동유의 ‘얼굴 속 얼굴’ 그림은 복제 사회에서 기호와 상징의 의미를 되묻는 작업

오세열 작가의 제자인 김동유 작가는 2005년 이후 자신을 세계적 명성의 작가로 올려놓은 ‘얼굴속의 얼굴’그림 연작 14점을 전시장에 건다.

‘얼굴 속 얼굴 그림’은 유명인의 작은 얼굴 이미지로 또 다른 유명인의 얼굴 이미지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얼굴속의 얼굴’ 외에도 ‘이중 그림’, ‘이중 초상’, ‘픽셀 모자이크 회화’ 등으로도 불린다.

김 작가는 20~30대 무명의 설움 끝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입지전적 인물. 가족의 생계를 책임 못 지는 ‘가난한 환쟁이’로 충남 논산의 축사를 빌려 가족과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반 고흐’가
8800만 원에 팔리고 이듬해 또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3억2000만 원에 팔리며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반 고흐’와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모두 ‘얼굴 속의 얼굴 그림’이다.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작품의 경우 마오 주석의 작은 얼굴 이미지들이 조합해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김동유 작가의 작업 과정은 수도사의 수행과정을 연상케 하는 고된 작업이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실제작품 크기로 프린트를 한 후, 캔버스를 배접시켜 볼펜으로 작은 인물 하나하나를 받아쓰기 하듯 그려낸다. 이어서 세필로 다시 작은 인물 하나하나를 색칠해 나가며 작품을 마무리 한다.

그의 가치를 먼저 알아 본 건 홍콩 크리스티 등 해외 미술 경매시장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 2012년에는 런던에서 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전시회’에 아시아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당시 그의 작품 ’다이애나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대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화제가 됐다. 또 내년 5월에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주관하는 마이클 잭슨 탄신 60주년 전에 제프 쿤스 등의 유명작가와 함께 작품을 내놓는다.

김 작가는 ‘얼굴 속의 얼굴’ 그림에 천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세계사를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 당연히 세계를 이끌어갔던 인물들이나 배우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쉽게 설명했다.

작가 자신은 작품 제작 경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팝아트 작품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에 담긴 의미는 그리 쉽지 않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씨는 “김동유 작가의 그림속 얼굴들은 존재가 아닌 그림을 이루는 기호들”라며 “존재가 기호화됐다는 것은 실체 세계와 떨어져서 새로운 존재로서 재현되고 복제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시뮬라크르(원본과 다른 복제) 된 것들이 또 다른 기호로서 시뮬라크르 한다는 점에서 김동유 작품은 복제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기호와 상징의 의미를 되묻는 작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